by 오돌또기
위키피디아와 뉴욕타임즈의 차이점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포스팅에 좋은 제안들이 올라왔더군요. 좀더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아주 괜찮은 작품이 하나 나올 것같은 예감이 듭니다. ^-^
Web 2.0이라는 유행어와 맞물려 집단지성이라는 개념이 널리 주목을 받고 있는데, 그 성공사례로 집단지성의 옹호자들은 <위키피디아>를 꼽길 주저하지 않습니다. 위키피디아는 전문가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누구든 참여해서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쓸 수 있게끔 하는 방식으로 짧은 시간에 브리태니카를 능가하는 방대한 온라인 백과사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호만 개방한다고 해서 이게 집단지성을 성공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문호개방은 "집단"의 충분조건일 수 있어도 지성(intelligence)을 보장해 주는 충분조건일 수는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별로 주목받고 있지 않는 위키피디아의 핵심정책은 바로 <NPOV 정책>입니다.
글을 쓸 때, 편집할 때 중립적 관점(neutral point of view)를 견지해야 하는 의무를 참여자는 지게 됩니다. 이 책무를 위반하면, 해당 글은 삭제되거나 수정됩니다. 틀린 정보가 아닐지라도 중립성을 위반하면 실격대상이 되는 게 위키피디아이고, 창립자인 짐 웨일스는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원칙을 절대적으로 준수하고 있습니다.
이게 위키피디아라는 지식커뮤니티가 성공할 수 있었던 절대적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식커뮤니티내에서 내용에 관한 분쟁이 생겼을 때 NPOV는 절대적인 판단기준으로 작용합니다. 좋고 나쁨이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편견이나 당파성을 최우선적으로 배제했던 정책이 위키피디아라는 지식커뮤니티를 성장시키고 지켜주었던 겁니다.
이렇듯 집단지성은 편견이나 선입견을 최대한 배제했을 때 빛을 발하는것이거든요. 반대로 진보개혁진영의 최대 토론커뮤니티였던 서프라이즈의 경우를 봅시다. 다른 비슷한 사이트들도 마찬가지지만 서프라이즈가 도입한 벌점주기라는 필터링기능 그리고 이에 맞물린 해우소라는 글귀양제도는 편견과 당파성을 줄이는 게 아니라 정반대로 이를 극대화함으로써 집단지성이 빛을 발하기 보다는 collective stupidity가 빛을 발할 때가 많은 곳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집단적으로 구축한(kicked out) 곳에서 어떻게 지성이 발휘될 수 있겠습니까? (다음 아고라는 제가 거의 가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여기도 좀 아닌 것같다는 느낌은 있어요).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공영방송내 일부 보도국 기자들, 이들을 지원해주는 언론시민단체들의 활동가들입니다. 이들은 공공연히 <기계적 중립성>을 허황된 개념이라며 비웃습니다. 그러니 광우병보도와 같이 일방적이고 오류와 공포가 덕지덕지 버무려진 선동적 프로그램이 공영방송을 통해 버젓이 전파를 타게 되는 겁니다. NPOV를 비웃으면서 공영성을 옹호하고 집단지성을 찬양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특히 한국의 공공담론 생태계를 지켜보고 있자면 아주 절감합니다. 편견이 극대화된 집단지성은 지성이 아니라 광기로 가는 길이 예약된 떼거리 몰상식일 뿐입니다.
왜 집단지성의 결정체랄 수 있는 대통령선거에서 MB가 당선되는걸까요. 선거가 집단지성이 아니라 집단편견에 휘둘리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조중동류의 주류언론이 큰 활약을 하고 있지요. 인터넷이나 매스미디어는 집단편견을 더욱 강화하는 positive feedback의 진원지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사회적으로 집단지성을 강화하느냐, 집단편견을 강화하느냐는 매체를 어떻게 운영하느냐는 철학에서 판가름나는 것입니다. 별다른 내용은 없이 독설과 편가르기에 능한 진중권 류의 논객들을 지식인 대접해주고 떠받드는 한국 진보진영도 어서 정신차리길 바랍니다.
-- 신년캠페인: 이 글은 농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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