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03 14:05

심심해서 쓰는 2차 대전 이야기

by 시닉스


역시나 전 전문가도 아니고 자료도 없이 생각나는대로 쓰는 글이니 큰 기대는 마세요. 스켈렙 갔다가 2차 대전 당시 스탈린에 대한 글이 올라왔길래 걍 써봅니다.

1. 일본군의 돌격과 가미가제는 미군에게 큰 피해를 주었다.
네버. 기관총이 등장한 이후 맨주먹 붉은 피 돌격은 상대에게 아무런 타격을 줄 수 없게 되었다. 기껏해야 총알 소모 정도? 총알 떨어지면 걍 항복하는게 본인은 물론 적국의 식량을 소모시킴으로 그나마 국가를 돕는다. 가미가제는 더 심각하다. 전투기는 하루에 몇대씩 생산할 수 있어도 유능한 조종사는 한명 키우는데 몇년이 걸린다. 가미가제는 그나마 본토 방위에 써야할 유능한 조종사와 비행기를 소모했을 뿐이다. 걍 가서 박으면 되니 대충 며칠 훈련시키면 된다고? 비행기 조종이 무슨 자동차 운전인줄 아는가? 안그래도 아까운 비행기만 낭비했다.

* 기관총은 대포와 아울러 전쟁의 양상을 뒤바꾼 혁명적 무기다. 기관총이 등장한 이후 더이상 맨주먹 붉은피 돌격은 아무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되었다. 1차 대전 당시 주축군과 연합군 수뇌부는 이 점을 깨닫지 못하는 바람에(인간의 의식이 기술 발전을 따르지 못함) 몇년간 수십만의 젊은이들이 양측의 참호를 오가며 돌격하다 피를 흘려야했다.

2. 독일의 무기는 탁월했다.
판더나 괴니히스 티거 탱크, 슈투카 전폭기와 V2 로켓까지 독일군의 무기는 강렬한 인상을 준다. 그렇지만 연합군의 무기가 뒤떨어졌던 것도 아니다. 실제로 소련의 T34를 본 구데리안은 '지금 독일군 탱크 중에 이 놈과 맞설만한 건 없다'고 한탄했고 무스탕을 비롯한 연합군의 전투기는 결코 독일에 뒤떨어지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2차 대전 막바지 독일군의 제트기에 감탄하지만 영국도 그 당시 제트기인 글로스터를 만들고 있었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독일 공군의 대명사 슈투카에 전쟁전 영국이 공여했던 롤스로이스 엔진이 쓰였다는 점이다.

3. 그렇다면 독일의 초반 승전은?
무기보다 무기를 활용하는 방법이 탁월했다. 보병의 보조수단이던 기갑 전력을 전장의 주역으로 탈바꿈시킨 전격전을 비롯해 공군과 지상군의 유기적 협력등 당시 독일군 수뇌부의 현대전 운용 능력이 연합군을 압도했다.

4. 그래도 소련군의 장비는 독일보다 워낙 열세였다.
이또한 아니라는게 정설이다. T34를 비롯해 공군력도 독일에게 크게 뒤질 건 없었다. 그렇다면 왜 소련군은 초반 독일에게 몰살당했나. 그 원인은 몇가지를 꼽는다. 첫번째는 소련군의 지휘능력부재다. 스탈린이 하도 오랫동안 숙청한 나머지 소련군내 장교 부족은 매우 심각했다. 결국 스탈린은 백군을 비롯해 장교들을 복권시키게 된다. 두번째는 앞에 적었든 전술 운용에서 독일보다 미숙했다. 세번째는 스탈린에 대한 민심이반이다. 당시 소련군 장교들이 얼마나 무능했는지는 소련보다 훨씬 장비나 병력수가 열악했던 핀란드와의 전투에서 잘 드러난다. 간단히 말해 소련군이 박살났다. (개인적으로 2차대전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국가가 바로 핀란드다. 핀란드의 2차 대전사는 약소국가라도 제대로된 지도자와 국민적 단결만 이루면 얼마나 훌륭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5. 어쨌든 독일의 침략에 맞서 소련 인민은 뭉쳤다.
사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전쟁 초기 독일 점령지의 소련 인민들 사이에선 환영 분위기가 일기도 했다. 원래 서유럽과 친했던 라트비아등은 물론이고 홀로도모르를 겪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도 그러했다. 문제는 독일군들에게 슬라브족은 유태인 다음으로 열등한 민족이었다는 거다. 결국 독일군의 학정을 접한 소련 인민은 총을 집게 된다. 그리고 이는 보급선이 길었던 독일군에게 꽤 심각한 타격이었다.

6. 스탈린은 지뢰 제거등에 죄수들을 동원하는 비인간적 행위를 저질렀다.
난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사실이라고해도 과장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스탈린이 뭐 인도적이라서 그랬다는게 아니다. 일단 당시 참전했던 소련군 출신들에게선 이런 증언을 거의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일부 죄수들이 동원됐던 건 맞지만 무의미하게 총알받이로 동원하거나 그러진 않았다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당시 소련의 인력난이 매우 심각했다는 점이다. 한가지 재밌는 사실이 있다. 2차 대전 당시 시베리아 수형소의 처우는 좋아졌을까, 나빠졌을까? 정답은 좋아졌다다. 스탈린이 개과천선해서 그런게 아니다. 예전처럼 수형민이 죽어나가면 보충할 인력이 없었다는... 물론 이는 소련인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고 전쟁포로들에겐 얄짤 없었다.(이 대목에서 보급비리로 사단 병력을 없앤 누구에게 다시 한번 분노를...) 스탈린의 무자비한 숙청도 2차 대전이후 훨씬 누그러진바 이 또한 스탈린이 착해져서가 아니라 더 그랬다간 국가의 유지 자체가 불가능한 형편이었기 때문이다.(그래서 전쟁이 끝난 후 몸 성히 돌아간 소련 총각은 최고의 명랑생활을 즐겼다는 뒷소문도 있다.) 아참, 스켈렙에선 스탈린이 무조건 진지 사수를 명하고 그 본보기로 후퇴한 장교들 가족을 어찌했다는데...글쎄, 난 사실로 보지 않는다. 스탈린이 인간 백정인건 맞지만 전쟁 지도자로선 나름대로 뛰어난 편이었다. 그리고 그 글대로 무조건 진지 사수했다간 소련군은 초기에 치명적으로 괴멸당했을 것이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배수진이니 육탄 돌격이니는 현대전에서 삽질의 표본일 뿐이다. 당장 독일군의 패배를 몇개월 앞당겼다는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그렇다. 히틀러의 무대뽀 진지 사수 후퇴 불가로 독일군 최정예 수십만명이 그냥 사라졌다.

7. 2차 대전의 주역은 사실 서유럽이 아니라 동유럽이었다.
이건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이를 부정하는 밀리 매니아나 전쟁 사가는 거의 못봤다. 그렇지만 소련의 승리는 소련 단독의 공일까? 글쎄다. 난 영미의 막대한 군수물자 지원이 없었다면 과연 소련이 독일과 맞서 이길 수 있었을지 회의적이다.(소련의 공식 역사는 이 점을 거의 무시한다)

8. 독일 점령지에서 잔혹 행위(강간 등)는 소련군이 영미 연합군보다 심했다.
이또한 사실인 것 같다. 그렇지만 원래 공산군이 잔혹하다거나 소련 인들 속성이 그래서라기보다 독일군의 잔혹 행위도 서유럽보다 소련 내에서 훨씬 더 많이 저질러졌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9. 히틀러는 천재적 전략가였다.
난 아니라고 보는 편이다. 물론 전쟁 초기엔 전격전 아이디어를 적극 후원하는 등의 천재성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전쟁 전반을 보면 어떨까? 그는 브리튼 공방전은 물론이고 독소전에서도 군사 목표를 이리저리 변경하여 막대한 혼선을 가져왔고 전쟁 후반부엔 자신의 망상에 사로잡혀 무조건 사수를 명령하는 바람에 성공적인 방어전을 불가능하게했다. 심지어 독일군의 전력이 거의 붕괴되었을 후반부엔 이미 사라지고 없는 사단에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는...그리고 히틀러의 군사적 무능함은 무엇보다 공군 사령관 괴링의 중용에서 잘 드러난다. 괴링이 누구냐고? 2차 대전 최고의 삽질러였다는. 언제나 그렇듯 최고 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은 인사다, 인사!

10. 이태리 군은 역사상 최고의 당나라군대였다.
표면적으론 맞다. 이태리는 압도적 병력과 장비로 약소국가(그리스, 독일에게 항복하기 직전의 프랑스, 사막을 외로이 지키던 영국군 등등)를 공격했지만 그때마다 깨졌다. 그러면 이태리 군대의 규율과 자질이 워낙 떨어져서였을까? 진실은 나도 모른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건 이태리 군 내에서 무솔리니와 전쟁 자체에 대한 반감이 강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왜 싸워야하는지에 대한 동기부여가 안되니 전투력 자체가 떨어졌다고 할까? 그리고 난 사실 이 점에 대해 이태리 군을 칭찬하는 입장이다. 생각해봐라. 이태리군까지 독일군처럼 잘 싸웠으면 인류의 비극이 얼마나 연장됐겠는가. 고로 무의미한 전쟁에선 알아서 제꺽 제꺽 항복하는게 본인을 위해서도 국가를 위해서도 아주 바람직하다.
Trackback 0 Comment 1

Trackback : http://skynet.tistory.com/trackback/963 관련글 쓰기

  1. 하킴 2009/07/03 14:07 address edit & del reply

    시닉스 님, 전자메일 주소 좀 가르쳐 주세요. 제 전자메일로 보내주세요. hellenkim1@gmail.com

2009/07/03 14:00

No Cash, please


by 오돌또기

콜로라도의 덴버 시가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방식을 전자결재로 완전히 전환하는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고속도로를 이용해 덴버 시로 진입하는 자가용 운전자라면 고속도로 톨 게이트에서 동전을 낼 수가 없다. 무조건 이지패스같은 전자결재시스템을 장착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덴버 시의 디지탈 하이웨이 결단은 경제위기가 사회시스템을 뜯어고치는 데 절호의 기회임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전자결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좋다. 일단 톨 게이트에 배치해야 하는 인력을 감축할 수 있어서 길게 보면 유지비가 줄어들 것이다 (물론 시스템을 유지관리하는 인력이 추가로 들겠지만 생산성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후자가 더 낫지 않나 싶다). 교통혼잡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더욱 매력적이다. 나를 포함해서 가끔 진상 운전자들이 잔돈찾는다고 톨 게이트에서 진을 치는 경우, 많은 운전자들이 시간을 낭비해야 하고 엔진 공회전으로 인한 대기오염 효과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엠아이티의 경제학자 Amy Finkelstein의 연구(EZ-Tax: Tax Salience and Tax Rates)에 따르면, 전자결재방식이 기존의 현금결재방식에 비해 요금을 20~40%가량 인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하는데 이는 캐쉬를 낼 때보다 전자결재가 심리적 저항을 줄여주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일 것이다. 헌법을 수정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자동차 휘발유세를 올리는 대신, 전자결재를 이용해 세수를 늘릴 수 있다면 부실해진 교통인프라를 확충하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핑켈스타인 교수가 보여주듯 전자결재 시스템이 세수를 인상하는 효과를 가져 올지 몰라도 불필요한 자동차운전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같다. 전자결재를 하더라도 톨게이트 가격을 운전자에게 선명하게 인식시키도록 강제한다면, 가격저항이 강해져서 좀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또 하나 생각해 볼 문제는 각 주정부가 제멋대로 전자결재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자동차 운전자가 대륙횡단을 할 때 엄청난 곤란지경에 빠질 소지가 있다. 오하이오에서는 갑돌이 패스가, 일리노이즈에서는 병순이 패스가 이용된다면 자동차에 결재기계를 여럿 달고 다녀야 하는데, 표준화 문제가 초기에 해결되어야 할 듯.

첨가: 고속도로 전자결재는 스마트 soc의 일부로 봐도 될 것같다. 전자결재로 완전하게 전환이 이뤄진다면 아주 유연하게 통행료를 차별적으로 징수할 수 있게 되서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획기적인 교통정책이 가능해진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Trackback 0 Comment 1

Trackback : http://skynet.tistory.com/trackback/962 관련글 쓰기

  1. thunderzi 2009/07/03 14:37 address edit & del reply

    연방제에 근거한 표준이 아니라면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구요
    전자결제에 의한 기술혁신, 인력감축 등의 효율성 대단하겠네요
    더구나 신용카드를 기준으로 한다면 통행료에 대한 감각이 무디고
    지불도 분납이거나 몇 개월 후의 상환이기에 부담도 없겠네요

    이런 스마트 soc에 대해, 거의 고정적인 도로 이용자와
    요금 징수자 간의 업무 연계를 활용하는 방안은 어떤가요
    (오돌..님의 벼락 아이디어를 고대하면서...)

2009/07/03 09:02

[Independence Day 기념] 토마스 제퍼슨, 아이러니, 리플렉션


by 오돌또기


Time Wastes Too Fast (일러스트레이션 by 마리아 칼맨) 강추!


Irony와 reflection

by skyang
2002년 8월


스탠리 큐브릭의 오디세이 2001 의 첫 장면은 우리 조상 유인원들이 떼거지로 모여 싸우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몽둥이를 손에 잡는 법을 발견한 첫 원숭이 종족이 아직 그걸 배우지 못한 다른 원숭이 종족을 살해하고 몰아내는 장면이다. 고막과 신경을 심하게 거스르는 원숭이들의 쌈소리, 그리고 그 못생긴 원숭이들이 조악한 몽둥이를 들고 설치는 모습에 조금 불편해진 관객들은 다음 장면에서 곧 위로를 받는다. 갑자기 수십만년이 흘러 다뉴브강의 잔물결 음악을 배경으로 정교하고 멋지게 생긴 물체가 우주공간을 떠다니는 것이다. 1960 년대로서는 매우 장엄하게 아름다운 화면이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것이 아이러니다.

친하게 지내는 두 사람의 호주 출신 친구들이 있는데, 얘들이 조금 친해지니까 바로 자기 조상들 얘기를 한다. 한 백오십년전 경에 영국에서 법죄를 저지르고 강제이주된 조상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자기 5 대 할아버지가 영국에서 도둑질을 하다가 잡혀왔다는 것이고, 다른 한 사람은 관리였는데 부패해서 잡혀왔다는 것이다. 자기 가족들에게는 이 조상들과 관련된 조크가 상당히 많단다.

영국이나 미국사람들이 쓰는 자기 조상들 얘기 자기 역사 얘기를 보면 상당히 재미있다. 조지 워싱턴은 돈많은 과부와 결혼해서 출세의 기회를 잡은, 열등감에 사로잡힌 우울증 환자였는데, 바로 그 사실 때문에 나폴레옹처럼 독재자가 되지 않고 의회에 권력을 다 주고 자신은 일찍 은퇴했다고 한다.

벤 프랭클린은 미국독립전쟁에 프랑스의 도움을 얻으려고 파리로 파견되는데 파리에 가서 한 일은 여자들, 주로 유부녀들과 놀아난 일이다. 결국 프랑스는 미국의 승리가 거의 분명해질 무렵에야 군대를 보낸다. 토마스 제퍼슨은 "모든 인간에게는 절대로 빼앗을 수 없는 권리가 생명, 자유, 행복추구권이라고 말한 사람인데, 죽는 날까지 노예를 소유하고 여자 노예와의 사이에서 난 자기 아들마저 노예로 부려먹고 팔아먹는 비인간적인 놈이다.

알렉산더 해밀턴은 야심만만하고 교활하고 몹시 거만한 자로 나중에는 여자문제로 토마스제퍼슨 대통령 당시 부통령인 버어와 결투하다가 총맞아 죽는다. 유서에 "나는 버어를 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버어보다 고귀하기 때문이다."라고 써 놓았는데, 사람들은 그 유서를 보고 동정하는게 아니고, 해밀턴이 자기가 총에 맞을 경우에 버어에게 죽어서라도 복수하기 위한 간교한 술수라고 여긴다. 토마스 제퍼슨과는 철천지 원수같은 정적이었다.

그런데 이런 교활한 출세주의자에 열등감에 빠진 우울증환자 였던 조지 워싱턴, 바람둥이 벤자민 프랭클린, 공과 사에 원칙이 철저하게 달랐던 위선자 토마스 제퍼슨, 거만해 빠진 해밀턴 이런 사람들을, 건국의 아버지 건국의 형제들이라면서 존경한다. 어떤 이들은 바로 이들이 가진 그런 인간적인 혹은 역사적인 약점들 때문에 그들의 장점이 살아날 수 있었다고 보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더 나아가 이들의 이런 약점들, 그리고 서로 미워하고 헐뜯는 감정들의 발산 덕분에 4 대 근대화 혁명중에 미국 혁명의 초기 역사가 영국혁명, 프랑스혁명, 러시아 혁명과 달리 크롬웰, 나폴레옹, 스탈린 같은 인물들을 배출하지 않고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본다.

사실 생각해 보면 모든 근대화의 역사 중에 미국과 같이 처음부터 현대까지 민주주의가 유지된 경우는 매우 드물다.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만이 아니라 독일과 일본의 근대화과정도 비스마르크나 히틀러, 일본의 군국주의자 들이 기승을 부렸고, 심지어는 남한, 대만 싱가폴 같은 후발 근대화의 모범국가들 마저도 박정희, 장개석, 이광요 등의 독재자들에게 시달려야 했다.

왜 그랬을까? 미국인들의 답은 나폴레옹이나 비스마르크 등과는 달리 조지 워싱턴이 열등감에 빠진 우울증 환자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워싱턴은 우울증에 빠저 만사가 귀찮아져서 빨리 집어가서 자고 싶었지, 권력을 휘두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최초의 근대국가, 근대국가의 성립과 세 차례에 걸친 산업혁명을 철저한 민주주의 체제내에서 수행하고, 세계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보루가 된 미국의 힘은 초대 대통령이 젊을 때는 교활한 출세주의자 말련에는 정신병환자였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이것이 아이러니다. 이정도 되면 아름답고 장엄한 아이러니다.

친일 작가 김동인의 3 남이 자기 아버지의 친일행적에 대해 사죄했다고 한다. 매우 드문 일이란다. 자기 가족에 친일파 한두명 없는 사람이 없을까? 왜 우리는 그리 자기 조상에 대해 쉬쉬하는가? 심지어는 요즘은 자기 고향에 대해서도 쉬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도 고향이 어딘지를 말하기가 꺼려진다.

아이러니를 이해하는 사람들은 만나면 편하다. 아이러니를 조크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재미까지 있다. 우리는 너무나 경직되어 있다. 우울증 환자와 위대한 정치가는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 않다. 야심가와 위대한 정치철학자들도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깡패두목과 재벌회장과도 별로 떨어져 있지 않다. 자기 아버지가 조폭두목이었다해도, 자기는 철학자가 될 수도 있고, 훌륭한 연예인이 될 수도 잇다. 자신의 조상과 자신과의 관계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자기의 과거와 자신의 현재도 그렇다. 어제까지 교활한 바람둥이가 오늘부터는 충실한 애인이 될수도 있고, 바로 내일 다시 바람이 날 수도 있다. 왜냐? 인간은 딴 동물들과는 달리 플렉시블한 존재인 것이다. 인간은 던져진 존재가 아니다. 플렉시블한 존재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Trackback 0 Comment 2

Trackback : http://skynet.tistory.com/trackback/961 관련글 쓰기

  1. 하킴 2009/07/03 11:37 address edit & del reply

    저 링크 보았습니다. 정말 좋네요. 역사에 너무나 무식한 제게 아주 좋은 그림책이네요..^^

    이 신규의 글, 처음 읽네요. 이래서, 신규는 모든 스펙트럼의 사람들과 친했나..? 저는 신규가 다른 사람에 대해서 나쁘게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어요. 예를 들면, 프론티어에서 엄청 싸웠던 사람들, 온라인에서 신규를 죽이고 싶다고 쓴 사람조차 있었는데, 저와 얘기할 때, "그 사람, 이러이러해서 대단한 놈이지" 이렇게 말하지요. 늘 다른 사람의 장점이 무었인지, 뭘 잘하는 지가 눈에 먼저 띄나 봐요. 장점없는 사람은 없다고도 너무나 믿었고.. 신규의 여러가지 좋은 점들 중에서 저는 이 점을 가장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신규가 4년 점 이맘 때 쯤에 죽었는데...짜식, 좀 나한테 얹혀서 살아보지..식물인간으로라도 살 거라고, 죽는 것도 힘들어서 못죽는다고 하더니만... 시간이 지나고 지나도, 신규를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나네요....

    • 오돌또기 2009/07/03 14:09 address edit & del

      남의 장점을 잘 찾는 안목이야말로 리더가 갖춰야 할 중요한 자질인데, 양신규 교수님이야말로 상아탑에 머물러 있기에 아까운 분이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2009/07/03 01:57

Watchdog in the social networking era

by 오돌또기


For generations, The Washington Post has been a scrupulous watchdog over the capital’s cozy world of power networking. For a short time, it almost became the network’s host. -- 뉴욕타임즈

파워엘리트 그룹의 감시견으로 명성이 자자한 워싱턴포스트
의 체면이 구겨졌다. 워싱턴 정치, 정책가들과 로비스트그룹의 파티를 비밀리에 주선해 주는 댓가로 로비스트들로부터 두당 2만5천불을 챙기는 이벤트를 하려다 폴리티코에 발각되고 만 것이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즈는 포스트가 파워엘리트 네트워크의 숙주(host)가 될 뻔 했다고 비꼬았다 (포스트의 해명기사는 여기).

감시견(watchdog)이 사교견(socialdog)으로 진화하려는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먹고 살기 힘드니까. 포스트는 워싱턴 정가에 두루두루 인맥망을 깔아 놓은만큼 로비스트들과 연결시키주는 소셜네트워킹 서비스의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자사의 인맥을 돈벌이에 활용하려다가 선을 넘어서 망신을 당한 케이스인데, 포스트는 미팅을 취소했다, 잘 생각해 보면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는 위기에 처한 신문사에게 새로운 수입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씨네21같은 영화전문지라면 영화인들과 팬들을 연결시켜 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봉준호 감독과 팬들의 만남이라든가, 박찬욱 감독과 영화연구자들의 만남이라든가, 이제는 하락세가 완연하다만 전지현과 영화연구가 오돌또기 군이 만나서 한국영화의 발전방향에 대해 사적인 토론을 한다든가...^^

이게 시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이 안서는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같다. 좋은 매개자가 없어서 아닐까. 문근영과 저녁식사를 같이 하는데 목돈 쏠 의사가 있는 사람들이 꽤 있을텐데, 문제는 문근영이 나랑 식사하실 사람 모이세요 이러기도 힘들테고... 이럴 때 씨네21이 짜잔 나타나서 행사도 준비해 주고 테마도 만들어 주고 기념사진도 찍어주면서 (이러다 데이트 업체화?), 참가비를 걷는다면 시장이 돌아갈 것같기도 하다. 

Q. 연예인 접대가 공공연한 나라에서 이런 식사미팅은 굉장히 건전하지 않습니까? 자, 그럼 시장조사 차원에서 독자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같이 오붓하게 식사를 하고 싶은 연예인의 이름과 그런 자리 마련을 위해 얼마 정도 쏠 의향이 있으세요? (국외 연예인은 제외)  무플이면 낭팬데....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Trackback 0 Comment 13

Trackback : http://skynet.tistory.com/trackback/960 관련글 쓰기

  1. DHL14 2009/07/03 02:36 address edit & del reply

    에바 그린 : 10억 달러(근데 USD 말고, Zimbabwe Dollar임)
    계산은 각자 알아서들...(Currently one United States Dollar is equal to 37,456,777 Zimbabwe Dollars.)

    • 오돌또기 2009/07/03 02:46 address edit & del

      Eva does not accept ZB$. You better find out Zimbabwe women!

      http://blog.ecr.co.za/breakfast/?p=1797

    • DHL14 2009/07/03 02:49 address edit & del

      뜨아... 그냥 10억달러 기부하겠음. 성형수술비로...10억 ZWD를...

  2. 하킴 2009/07/03 03:06 address edit & del reply

    그런가요? 시장성은 있는데, 매개자가 없어서 그런가?? 그렇지 않을 거 같은데..

    로비스트와 정치인들의 만남은, 로비스트들에게 이만오천불 이상 중요한 가치가 있으니까 시장성이 있고, 그래서 호스트가 생기는 것인데,

    연예인과의 데이트? 밥만 먹는 데이트, 그거 내고 싶은 돈과 연예인이 그것에 응할 돈이 너무나 안맞을 것 같고.. 잠까지 자는 데이트? 인기에 영향을 받으니까 내놓고 못할 뿐이지, 이거야 이미 시장성이 있어서, 매개자도 있지 않나요? 결혼까지 가게 될 수 있는 데이트? 이거야 말로, 시장성이 많아서, 연예인-재벌 자식 혹은 돈많이 버는 남자들만 중매해주는 전문중매쟁이들이 있으니.. 이 전문중매쟁이들, 돈 많이 받을 거 같은데요?

    저는 한국배우는 김태희/하정우/장동건 등등을 좋아하는데, 글쎄, 같이 밥먹고 싶진 않아요, 별로. 밥먹으면서 무슨 얘기해요? 저는 헬로월드님이나 한번 만나서 데이트해보고 싶네요..^^ 너무나 재미있을 거 같아요, 얘기하면..

    • 오돌또기 2009/07/03 03:12 address edit & del

      한류배우들은 식사미팅을 한다는 말이 있더군요 (근거는 별로 없음).

      하킴 님은 역시 지적인 분을 좋아하시는군요. 렐로월드 님하고 미팅을 주선해 볼까요? (돈은 헬로월드 님이 내기로 하고 ㅋㅋ)

      지적으로 매력적인 인사들을 모아서 미팅을 주선해 보는 프로그램도 끼워 넣어 볼까요? (한겨레21이나 시사인이 하면 되겠네:-)

    • 하킴 2009/07/03 03:22 address edit & del

      흠..그렇다면, 저는 곽노현 교수나 장덕조 교수(?)를 만나서 밥먹을 수 있다면, 만나보고 싶네요. 김용철 변호사도 괜찮을 것 같고..

      돈을 얼마나 내고 싶은가... 흠... 그건 모르겠네요..

      헬로월드님, 보스턴에 출장오는 일, 가끔 있지 않아요? 그럼, 비밀 댓글 꼭 남겨주세요.

    • 오돌또기 2009/07/03 03:20 address edit & del

      곽노현 교수랑 김태희를 묶어서 패키지상품으로다...^^

    • 하킴 2009/07/03 03:26 address edit & del

      김용철 변호사가 더 재미있겠어요. 그 사람, 이혼남 아니에요? 삼성 얘기도 듣고, 정말로 남자로 데이트도 가능하고.. 그거, 재미있겠네요..^^

  3. 시닉스 2009/07/03 05:54 address edit & del reply

    한국에서도 유명 연예인과 희망자들이 식사 미팅 합니다. 단 언론사가 아니라 연예인 기획사가 이벤트 차원에서 합니다. 안그래도 얼마전에 제 처가 이벤트에 당첨되서 다녀온 뒤 하루종일 그 연예인 이야기만 해서 지겨웠다는. (아놔, 난 걔 안좋아한단 말야!) 저는 흠... 제 아내와의 식사 미팅이 제일 즐겁습니다. 그 이유는 알아서들 판단하세용.^^

  4. 시닉스 2009/07/03 05:58 address edit & del reply

    아참 저도 헬로월드님은 한번 뵙고 싶습니다. 우리 헬로월드님 초청 강연회나 열까요? 전 미국으로 맘 편히 비행기 타고 갈 만큼 부자가 아니니 장소는 한국에서. 주제는 '괴델의 명제로 살펴본 그린 soc의 미래' 홀홀.

  5. 漁夫 2009/07/03 08:24 address edit & del reply

    오돌또기님을 한 번.... (제 취향에 대해 너무 의심스러워하지 마시길 ㅎㅎㅎ)

  6. DHL14 2009/07/03 08:48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시닉스님을 한 번... (제 취향에 대해 너무 의심스러워하지 마시길... 저는 only Green~~)

  7. 오돌또기 2009/07/03 09:06 address edit & del reply

    그러지말고 번개팅 한 방으로 해결하죠.

    장소는 하와이에서!

2009/07/03 00:06

번역시장, 영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

by 오돌또기

How the market influences what language you read in (괴짜경제학)

텍사스대학의 경제학자 하머메쉬가 언어시장의 크기가 외국어 학습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재미있는 포스팅을 해서 짧게 소개합니다. 하머메쉬의 네덜란드 친구는 영어로 쓰인 책을 즐겨 읽는데, 그 이유라는 게 재미있습니다. 자국에 번역되어 들어오는 책들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거지요. 네덜란드 인구가 1천6백만이랩니다. 공식언어로는 더치가 있고, 북부지방에서 주로 쓰이는 프리시안까지 두 개가 있더군요 (위키피디아). 인구수가 적다보니 시장성이 떨어지는 외국책들이 소개되기가 힘든거죠. 따라서 영어를 배워서 영어책을 읽는 편이 낫다는 거죠 (이공계열 다니신 분들은 대학에서 몸으로 체감하셨을테고).

영어사용자가 세계적으로 많은만큼, 중국이 있지만 구매력으로만 보면야 영어가 최고죠, 좋은 책들은 영어로 번역되어 나오기 마련입니다. 포르투칼어를 몰라도 영어만 알면 포르투칼에서 나온 양서를 접해볼 수 있는 것이죠.

게다가 번역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영어로 번역된 책의 질이 더치로 번역된 책의 질보다 훨 낫다고 합니다. 영어권 시장이 압도적으로 큰 만큼 영어를 자국어처럼 구사하는 전문 번역가들이 넘치고, 이 전문가들에게 돌아가는 파이의 몫도 크니 선순환이 발생하는 것이죠. 그래서, 어떤 프랑스 책이 네덜란드에 번역되어 나왔다고 해도 영어로 번역된 책을 사서 보는 경우가 많다는군요. 책값도 오히려 싸다는 말도 있네요.

정리하면 번역이 안되기 때문에 영어책을 읽어야 하고, 번역이 되어 나왔다고 해도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영어로 번역된 책을 읽는 편이 낫다는 거죠. 경제력에 비해 인구가 많지 않은 북미 유럽국가 사람들이 왜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지 좀 이해가 되더군요. 영어권에서 생산된 텔레비전, 영화, 책 등 다양한 문화상품을 접하면서 영어를 모국어처럼 쓰는 분위기가 대세가 된 거죠.

인터넷에 좋은 정보가 넘쳐납니다. 대부분 영어로 쓰여져 있죠. 혹자는 전문가가 번역해서 한글로 읽으면 그만이지 뭐하러 전국민이 머리 싸매고 영어를 배워야 하느냐는 논리를 펴는데, 경제논리를 전혀 무시한 단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읽기 능력이 나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고, 경쟁력의 원천이 되어 줍니다. 영어 공부 합시다 :-)

참고로 하머메쉬의 네덜란드 친구는 영어보다 모국어를 더 잘 한답니다. 당연한거죠.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Trackback 0 Comment 5

Trackback : http://skynet.tistory.com/trackback/959 관련글 쓰기

  1. th. 2009/07/03 02:57 address edit & del reply

    영어를 배우자는 말에는 찬성입니다. 요즘 괜찮은 정보는 모두 영어로 나오고 있으니, 이를 모르면 매우 불편할 겁니다. 전 여기다 추가해서 가끔 "일본어"도 배우자고 주장하고 다닙니다. 그치만 일본의 경우, 경제 규모도 제법 크고, 출판 시장도 발달해서인지, 번역서의 양도 매우 많고, 질도 굉장히 훌륭하더군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질좋은 번역서도 많이 출판되었으면 합니다. 원서의 참 맛을 느끼긴 힘들테지만, 그래도 편히 읽을 수 있으니까요..

    • 오돌또기 2009/07/03 03:17 address edit & del

      일본의 번역문화, 좋다는 이야기 자주 듣습니다. 일본은 개화기 때부터 줄기차게 번역을 했던 국가인데다, 인구가 1억에 세계2위의 경제대국입니다. 한국은 네덜란드처럼 작은 나라는 아니지만 일본처럼 되기는 어려울 겁니다.

      일본어나 중국어도 배울 수 있다면 배우면 좋겠지요. 고등학교때 제2외국어로 일어를 했었는데, 그땐 이거 왜하나 싶었어요. 지금처럼 애니메나 일드를 접할 수 있었다면 그때 공부하는 태도가 좀 달라졌을 듯.

  2. 시닉스 2009/07/03 05:51 address edit & del reply

    아는 누님이 자기가 만나본 외국인중 네덜란드인들이 가장 스마트하더라는군요. 제가 영어를 잘 못하지만 유럽에선 그래도 평균은 됐는데 네덜란드가보니 부랑자들까지도 저보다 영어를 훨씬 잘해서 놀랐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유럽에서 대국일 수록 영어 교육이 덜하고 약소국일 수록 영어에 열심이더군요. 유일한 예외는 스위스. 거긴 별로 안시키는 것 같더라구요. 재미있던 나라는 오스트리아였습니다. 여자들은 대체로 잘하는데 남자들은 말 한마디 못하는 사람들이 많더라는. 아니나 다를까 오스트리아가 국수주의적 성향이 강하다죠?

    • 漁夫 2009/07/03 08:27 address edit & del

      저같은 골수 진화론자의 머리 속에는 오스트리아 여성이 왜 영어를 잘하고 남성이 별로인지 설명이 떠오르고 있다는.... ^^;;

    • 오돌또기 2009/07/03 09:07 address edit & del

      어부/ 그 설명 듣고 싶네요. 언제 한 번 기분 내키실 때 ...